• [박상혜칼럼] 데이터가 입증한 식도락의 힘, 이제 한식은 방한 수요를 이끄는 핵심 산업
    • 외국인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고 가장 높이 평가한 경험은 식도락이었고, 그 기억은 다시 소비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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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AI 이미지
      숫자는 감정을 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때로는 누구보다 솔직하다. 2025년 외래관광객조사 1~4분기 자료를 차례로 들여다보면, 한국 관광을 움직이는 감정의 중심에 무엇이 있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방문 전에 가장 많이 고려한 활동은 식도락 관광이었다. 그 비율은 1분기 61.5%, 2분기 60.7%, 3분기 60.8%, 4분기 63.8%로 연중 내내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이제 한국 음식은 여행 중 우연히 만나는 부가 경험이 아니라, 한국을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실제 여행 행동은 더 직설적이다. 한국에 와서 실제로 식도락 관광에 참여한 비율은 2분기 79.9%, 3분기 83.6%, 4분기 81.7%였고, 1분기 역시 80.9%에 달했다. 외래객 10명 중 8명 이상이 한국에서 ‘맛’을 주요 활동으로 소비한 셈이다.

      더 주목할 점은 만족도다. 가장 만족한 활동 조사에서도 식도락 관광은 1분기 66.9%, 2분기 62.8%, 3분기 67.4%, 4분기 66.8%로 사실상 연중 1위를 차지했다. 관광의 기억을 남기는 것은 풍경만이 아니라, 입 안에 남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다.

      한식은 더 이상 관광산업의 주변부가 아니다. 식도락은 이미 방한 동기를 만들고, 여행 중 만족을 끌어올리며, 재방문과 추천을 떠받치는 핵심 축이 됐다. 실제로 2025년 외래관광객의 전반적 만족도는 분기별로 97.3~97.8%, 재방문 의향은 92.3~92.8%, 타인 추천 의향은 95.9~96.5%에 이르렀다.

      관광객이 한국을 좋게 기억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K-컬처의 가장 직접적이고 일상적인 형태가 바로 K-푸드이며, 한식은 이미 관광 만족도를 설계하는 실질적 산업이 됐다.

      또 하나 흥미로운 장면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음식 경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쇼핑 품목에서 식료품은 1분기 57.3%, 2분기 54.0%, 3분기 57.1%, 4분기 56.5%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에서 맛본 음식을 단지 추억으로 남기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는 소비로 연결하고 있다.

      이것은 한식이 ‘현장 체험형 콘텐츠’이면서 동시에 ‘확장 가능한 상품’임을 보여준다. 여행지에서 먹은 한 끼가 귀국 후 재구매와 재소비의 출발점이 되는 구조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외국인들이 꾸준히 부족하다고 응답한 정보 중 하나가 ‘음식 및 맛집 정보’였다. 그 비율은 1분기 13.0%, 2분기 12.8%, 3분기 12.7%, 4분기 13.3%였다. 한국 음식의 매력은 충분히 강하지만, 그 맛에 도달하기 위한 정보 시스템은 아직 허술하다는 의미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가격은 적정한지, 예약은 가능한지, 외국어 설명은 충분한지에 대한 기본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 솔직히 말해 한국 미식관광의 약점은 음식이 아니라 연결 방식에 있다. 맛은 앞서가는데 시스템은 뒤처져 있다.

      소셜 데이터는 외국인들이 원하는 미식의 얼굴이 무엇인지도 보여준다.

      ‘Data&Tourism 43호’에 따르면 2025년 방한 주요 22개국의 온라인 반응에서 주목받은 것은 거창한 미식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편의점 간식, 한강 라면, 프라이드 치킨 배달, 홍대 맛집 투어, 전통시장 탐방처럼 한국인의 일상에 가까운 식문화가 강하게 소비됐다. 일본권에서는 김치와 라면 같은 생활형 음식 리뷰가 활발했고, 인도네시아권에서는 드라마 장면처럼 떡볶이를 먹는 감성 체험이 눈에 띄었다.

      한국관광공사도 2026 관광 트렌드에서 외국인들이 이제 “한국인처럼 먹고, 입고, 즐기는” K-라이프 체험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외국인이 원하는 것은 유명 셰프의 요리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평범한 밥상과 골목, 시장, 카페가 만들어내는 생활문화의 총체다.

      이런 변화는 한식의 무대를 서울의 몇몇 인기 상권에만 가둬두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생활인구 자료를 보면 지역의 실제 활력은 등록인구보다 체류인구에서 나온다.

      2025년 2분기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는 평균 2,793만 명으로 1분기 평균 2,320만 명보다 크게 늘었고, 등록인구 대비 체류인구 배수는 4.7배였다. 3분기에는 8월 생활인구가 3,217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체류인구는 등록인구의 5.6배 수준에 달했다.

      중요한 것은 체류인구의 소비 구조에서 음식 업종 비중이 높고, 단기숙박형 방문객일수록 숙박과 음식 소비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한 번 더 먹게 하고, 한 밤 더 머물게 하는 힘”이다. 그러므로 미식관광은 지역축제의 부속 프로그램이 아니라, 체류형 관광을 설계하는 중심 기획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한식 산업은 새로운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 세계화는 몇 가지 대표 메뉴를 더 많이 알리는 경쟁이 아니다. 외국인이 한국 어디에서든 믿고 먹을 수 있는 정보 체계, 지역 식재료를 경험으로 연결하는 로컬 미식 동선, 전통시장과 노포의 가격 신뢰도, 외국어 메뉴와 예약 시스템, 야간 프로그램과 숙박 연계 상품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소셜 데이터에서 드러난 부정 경험, 예컨대 시장의 바가지요금이나 지나치게 매운 음식에 대한 불만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맛은 호감의 시작이지만, 신뢰는 재방문의 조건이다. 한식의 다음 단계는 ‘더 자극적인 메뉴’가 아니라 ‘더 정교한 경험 설계’다.

      한식의 산업적 가치가 더 분명해지는 대목은 관광이 수출로 이어지는 지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K-Food+ 수출액은 136.2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농식품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 104.1억 달러를 달성했다.

      라면은 15.2억 달러, 소스류는 4.1억 달러, 김치는 1.64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미국·중국·유럽·중동 등 대부분 권역에서 성장세가 확인됐다. 한국에서 먹어본 맛이 귀국 후 다시 찾는 상품이 되고, 그 반복 구매가 곧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이미 현실이 된 것이다.

      관광 현장에서의 한식 경험과 해외 시장에서의 K-Food 소비는 별개의 흐름이 아니라 하나의 사슬이다.
      이제 결론은 분명하다. 한식은 관광의 곁다리가 아니다. 2025년 데이터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찾고, 가장 만족하며,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경험이 식도락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방한의 동기를 만들고, 지역 체류를 늘리고, 귀국 후 재소비와 수출로 이어지게 하는 연결축이 바로 한식이다.

      이런 점에서 한식의 세계화는 더 이상 “잘 알려진 몇 가지 메뉴를 해외에 소개하는 일”이 아니다. 한국에 와서 먹는 경험을 어떻게 더 쉽게 찾게 할 것인지, 어떻게 더 신뢰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지역에서 더 오래 머물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산업 설계의 문제다.

      우리는 세계인이 사랑할 만한 맛을 이미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맛을 세계인이 불편 없이 경험하고, 지역에서 깊이 체류하고, 다시 자기 나라에서 소비하게 만드는 시스템까지 갖췄는가.

      외국어 미식 정보, 가격과 위생에 대한 신뢰, 전통시장과 로컬식당의 서비스 표준, 야간 콘텐츠와 숙박을 잇는 미식 동선이 함께 갖춰질 때 한식은 비로소 관광 콘텐츠를 넘어 국가 경쟁력이 된다. 맛의 수준은 이미 증명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경험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한식의 미래는 식탁 위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공항에서의 첫 안내, 골목의 작은 식당, 시장의 가격표, 지역 축제의 저녁 프로그램, 그리고 귀국 후 다시 한국 식품을 집어 드는 소비자의 손끝까지 이어진다. 한식이 한국을 찾게 만들고, 지역을 살리고, 수출을 키운다면, 한식은 문화유산인 동시에 산업전략이다.

      이제 한식의 세계화는 구호가 아니라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야말로 지금 한식 산업과 정책, 그리고 언론이 함께 감당해야 할 다음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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