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백 선희 (요리연구가 겸 맛 컬럼리스트)
인천의 한 도시에서 전통차 카페를 하는 요리연구가다
음식을 만들기보다, 맛보는 것을 좋아하고
음식을 맛보는 것보다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요리연구가다.
글로 요리하는 백선희와 맛 찾아 함께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정성이 담긴 한 상
“우와! 우리를 위해 준비된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정성스럽게 차려진 밥상이 눈에 확 들어왔다.
음식을 공부하면서 음식에 어울리는 플레이팅도 함께 배우다 보니, 가끔 성의 없이 차려진 밥상을 보면 왠지 기분이 좋지 않다. 나이 탓일까. 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밥상 앞에서는 입맛, 아니 밥맛마저 떨어진다.
반면 상차림 하나하나에 신경 쓴 밥상을 대할 때는 ‘나를 위해 차려준 밥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귀하게 대접받는 기분이 들어, 음식을 만든 분께 그 감동을 꼭 전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식당을 나서면서도 엄지를 치켜세우고, “맛있게 먹었습니다”라는 인사를 여러 번 건네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들인 정성은 곧 그 정성을 기울인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던 일을 급히 마무리하고 갑작스럽게 떠나온 길이었다. 먼 길을 가는 동안 배가 고팠지만, 도중에 다른 음식으로 배를 채웠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했다. 늘 느끼지만, 이것이야말로 ‘참는 자의 복’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가는 길에서는 기다림마저 맛으로 돌아온다.
정성이 듬뿍 담긴 한 상이었다. 마치 누군가 내 입맛을 미리 귀띔해 준 듯,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간이 마음에 들었다. 소박한 시골 정취가 느껴지는 예쁜 접시에 담긴 음식마다 애정이 묻어났다. 그 정성 때문인지 달콤한 향까지 피어나는 듯했다.
음식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의 입맛을 맞추는 일이라는 것이다. 팔십 평생 가족을 위해 삼시 세끼는 물론 간식과 야식, 안주까지 만들어오신 나의 어머니 최무순 여사를 비롯해,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모든 분이 참으로 위대하게 느껴진다.
너무나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 덕분에 이야기가 길어졌다.
꽃보다 아름다운 젓국갈비
이렇게 맛있는 상을 차려준 그녀는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음식을 마주한다면 내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주인장을 닮아 음식까지 아름답다고 느낀 젓국갈비는 처음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음식이 있을까?’
바로 먹어도 될지 잠시 망설여졌다. 감탄을 거듭하며 오른쪽과 왼쪽, 위와 아래에서 사진을 남기느라 손이 바빴다.
주인장이 직접 농사지은 노란 배추와 푸른 대파, 빨간 고추. 마치 초등학교 앞 삼색 신호등처럼 색이 또렷하고 예뻤다. 음식을 담아낸 정성스러운 손길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사람의 정성 어린 마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진한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는지 느끼며, 음식을 먹기도 전에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에는 ‘젓국갈비’라는 이름을 듣고 젓갈 특유의 냄새가 강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평소 채소를 즐겨 먹지 않는 나로서는 약간의 거부감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음식이라면 꼭 먹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첫술을 뜨는 순간,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 맛에 다시 한번 놀랐다. 전날 불편했던 속이 쫙 풀리는 듯했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시원하다’는 말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들어맞는 맛이었다.
젓국갈비는 돼지갈비와 채소를 넣고 끓여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는 강화도의 향토음식이다. 이날 맛본 젓국갈비는 새우젓으로 맛을 낸 국물에 채소 본연의 맛이 살아 있어, 담백한 음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장이 직접 농사지은 늙은호박도 젓국갈비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다. 고운 빛깔과 달큰한 맛은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한 식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늙은호박의 달짝지근한 맛은 젓국갈비의 짭조름한 국물과 어우러져 기분 좋은 조화를 이뤘다. 젓국갈비와 더없이 잘 맞는 짝이었다.
석모도에서 만난 따뜻한 마음
이 음식을 맛보기 위해 석모도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지나 ‘석모바람길’이라는 식당에 들어섰을 때, 구수함과 따스함이 함께 느껴졌다.
주인장은 식재료 하나하나의 소중한 가치를 알고 정성껏 조리하는 듯했다. 그렇게 만든 음식은 정갈한 상차림을 만나 더욱 빛났다.
음식의 가치는 그것을 만든 사람이 음식 속에 얼마나 깊은 애정을 담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귀하게 대접하려는 마음, 식재료를 아끼는 마음, 음식을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마음. 결국 그 모든 것은 ‘찐사랑’이다.
다시 한번, 찐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날 나를 감동시킨 아름다운 젓국갈비를 만들어준 석모바람길의 오선희 셰프님께 감사드린다. 정성스러운 음식과 함께 셰프님의 미소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가을에는 석모도의 석양이 좋다. 하지만 이날 석모도를 더 아름답게 느끼게 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바다와 산만이 아니었다. 애정을 듬뿍 담아 아름다운 음식을 만드는 셰프가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가을에는 석모도의 석양을 바라보며 젓국갈비를 맛보면 어떨까.
▲ 석모바람길의 젓국갈비 레시피
▲ 재료
△돼지갈비 삶기: 돼지갈비 400g, 된장 1큰술, 청주 15mL, 다진 생강 1작은술, 물 1,000mL.
△육수 간하기: 새우젓(육젓) 2큰술.
△함께 넣을 재료: 알배추 4장, 두부 1/2모, 청경채 4포기, 늙은호박 400g, 대파 1/2대, 팽이버섯 1/2단, 홍고추 2개.
▲ 만드는 법:
1. 돼지갈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압력솥에 돼지갈비와 된장, 청주, 다진 생강, 물 1,000mL를 넣고 삶는다.
2. 삶은 돼지갈비는 건져 가볍게 씻은 뒤 물기를 뺀다. 갈비를 삶은 국물에 새우젓을 섞고 면포에 걸러 육수로 사용한다.
3. 알배추와 대파, 두부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청경채와 팽이버섯도 손질한다.
4. 늙은호박은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홍고추는 어슷하게 썬다.
5. 전골냄비에 돼지갈비와 두부, 손질한 채소를 보기 좋게 담는다. 준비한 육수를 붓고 재료가 익을 때까지 끓여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