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⑨ 요리연구가 이은희의 김치이야기 -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 '오그락지 김치'
    • 우리 김치의 깊은 맛과 건강한 요리법을 더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한식일보를 통해 제가 가진 지식들을 재미있게 풀어내 보려 합니다.

      ▲ 9월의 가을 김치, 잃어버린 입맛을 돋우는 '오그락지 김치'

      혹시 '오그락지'를 아시나요? 아니면 '왁저지'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나요?

      이름은 다르지만 오그락지와 왁저지의 주재료는 모두 가을 무입니다. 왁저지는 전라도 일부 지역에서 가을무로 만들어 먹는 조림이나 무침류를 일컫는 말이고, 오그락지는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무말랭이로 담그는 김치·조림·무침 등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겨울로 넘어가는 길목인 9월, 이 계절에 어울리는 가을 김치를 소개합니다. '오그락지'나 '왁저지'라는 이름 때문에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대적으로 풀면 우리에게 익숙한 '무말랭이김치'입니다.

      경남 밀양 지역 일부 종가에서는 무말랭이를 '곤지' 또는 '오그락지'라 부르며 전통적으로 이 김치를 담가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가을 무는 맛과 영양이 풍부합니다. 가을 햇볕에 말린 오그락지는 식이섬유가 풍부해 겨울을 대비하는 식재료로 좋은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가을 고등어와 오그락지김치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주는 가을철 밥도둑으로 꼽힙니다.

      무말랭이를 오그락지라는 이름으로 만나면 특별한 비법이 있을 것 같지만,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육수입니다. 황태와 멸치 등을 우려낸 육수를 사용해 구수한 맛을 더합니다.

      두 번째는 젓갈입니다. 밀양 지역에서는 전어로 담근 진젓을 사용해 감칠맛과 구수함을 더했다고 전해지나, 전어 진젓은 구하기 쉽지 않으므로 오늘은 멸치 진젓으로 대신해 담가보겠습니다.

      오그락지김치 만들기

      ▲ 재료: 무 1kg (무말랭이 사용 시 200g), 고춧가루 250g, 까나리액젓 50ml, 멸치 진젓 50ml, 다진 마늘 100g, 다진 생강 100g, 깐 밤 200g, 찹쌀풀 200ml, 육수 150ml, 통깨 1큰술

      ▲ 육수 재료: 황태 머리 2개, 국물용 멸치 25g, 양파 1개, 무 200g, 다시마(사방 20cm) 1장, 고추씨 25g, 대파 파란 부분 2뿌리, 생수 6,000ml(2L들이 3병), 무말랭이 준비

      △ 무 1kg을 손가락 굵기로 썰어 햇볕에 2~3일간 뒤집어가며 말립니다. 건조기를 사용할 경우 45℃에서 24시간 건조하되, 무의 굵기에 따라 시간을 조절합니다. 오늘은 무말랭이를 이용해 담가보겠습니다.

      △ 육수는 황태 머리와 국물용 멸치는 마른 팬에 볶아 비린내를 줄이고, 대파는 석쇠에 구워 향을 더합니다. 이 재료들을 생수 6L에 넣어 끓여 육수를 만든 뒤, 김치에 필요한 양만 사용하고 남은 육수는 냉동 보관해 다른 요리에 활용합니다.

      ▲ 만드는 법
      1. 무말랭이는 찬물에 가볍게 주물러 씻은 뒤 물기를 꼭 짭니다. 오래 물에 담가 불리지 않는 것이 식감을 살리는 핵심입니다.
      2. 깐 밤은 채 썬 뒤 찬물에 헹궈 전분기를 빼고 물기를 제거합니다.
      3. 고춧가루, 까나리액젓, 멸치 진젓, 다진 마늘, 다진 생강, 찹쌀풀, 그리고 육수 100ml를 섞어 양념장을 만듭니다. 이때 고춧가루 1큰술과 육수 50ml는 따로 남겨둡니다.
      4. 무말랭이에 남겨둔 육수 50ml를 넣어 10분 정도 불린 뒤, 남겨둔 고춧가루 1큰술을 먼저 넣어 붉은 물을 들입니다.
      5. 색을 낸 무말랭이에 양념장과 채 썬 밤을 넣어 고루 버무리고, 통깨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오그락지김치는 다른 김치보다 생강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와 생강은 춘향이와 이몽룡처럼 예로부터 궁합이 좋은 조합으로 꼽혀 왔으며, 소화와 기관지 건강에 도움을 준다고 전해집니다. 가을 무로 담근 오그락지김치가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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