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구미라면축제는 35만 명이 방문했고, 7만 그릇 이상의 라면이 판매됐다. 농심의 갓튀긴 라면만 49만 개가 판매됐고, 4회밖에 되지 않은 축제이지만, 올해 김천김밥축제와 함께 경상북도 최우수 축제로 선정되었다. K-Food를 대표하는 라면과 김밥을 소재로 한 신생 음식축제가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올해 가장 많이 보도된 지역축제로 주목받았다. 이 성과의 비결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음식축제가 대행사 선정 후 불과 3~4개월 전부터 본격적으로 준비되는 것과 달리, 라면축제는 축제 8개월 전인 3월부터 기획단이 활동을 시작하고 5~6개월 전에 셰프 모집이 시작된다. 실행사는 3개월 전부터 참여하지만, 핵심 기획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이렇게 1년 내내 준비하는 음식축제라야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축제의 현실은 어떤가? 뉴욕 미슐랭을 장악한 하이엔드 미식과 수출 12조 원의 K-Food가 무색하게, 전국의 지역축제 현장의 먹거리존은 대규모 문화관광축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똑같은 팔도야시장 메뉴와 바가지요금, 일회용품과 비위생적인 주방시설로 K-Food의 시대가 무색하게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0%가 미식 관광을 목적으로 온다는 통계가 무색할 정도다.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축제 먹거리를 축제의 핵심 콘텐츠로 보지 않고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부대서비스 정도로 인식하는 행정의 인식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몽고텐트에 싱크대와 가스버너만 놓으면 되는거 아니냐는 식의 축제 F&B서비스에 대한 비 전문적 대응, 먹거리 전략도 전문성도 없이 대행사에만 의존하는 구조가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여기에 지역 이해관계 집단의 무리한 요구에 휘둘리는 행정의 전략없는 대응이 바가지요금과 비위생적 팔도야시장 수준의 먹거리 존을 지속시키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자. 덴마크 코펜하겐의 ‘레펜’은 북유럽 최대 규모의 스트리트 푸드 마켓으로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며 소규모 창업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호주 멜버른의 ‘롱기스트 런치’는 600m가 넘는 긴 테이블에서 프리미엄 다이닝을 즐기는 상징적 축제 콘텐츠로, 한 장면만으로도 축제 전체를 각인시킨다. 영국 런던의 ‘미트토피아’는 오직 숯불로만 고기를 굽는 셰프들의 퍼포먼스가 축제 그 자체다.조리법 하나가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도 단순히 음식을 사먹는 장소가 아니라, 지역의 식재료, 조리법, 특화음식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지역의 셰프들이 ‘미식’을 선보이는 ‘미식문화플랫폼’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지역 음식축제를 미식을 테마로 한 문화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다섯가지 전략을 하나씩 제시해본다.
첫째, 전문적 큐레이션이다. 구미라면축제의 셰프 선발 경쟁률은 매년 높아져 3:1을 넘어서고 있다. 작년부터는 지역 레스토랑들이 라면축제 선정을 요리 실력 인정의 지표로 생각할 정도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 푸드 디렉터가 참여해 조리 과정까지 컨설팅하고, 선발된 로컬 창작자를 대상으로 위생·조리·플레이팅까지 전 과정을 교육한다. 매년 라면축제가 구미 요식업계의 명절이 되어버린 이유다.
둘째, 스마트 인프라 구축이다. 키오스크와 QR 시스템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투명한 정산 체계로 참가자와의 신뢰를 쌓는다. 비위생적인 천막 부스가 아니라 표준화된 모바일 키친을 도입해 위생과 안전을 확보한다. 정확한 데이터는 다음 해 식재료 준비의 토대가 되고, 결제 대기 시간을 최소화해 방문객 경험을 극대화한다.
셋째, 지역성과 오리지널리티 확보다. 단순 판매를 넘어 지역 식재료를 적극 활용하고, 오직 이 축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한다. 생산자가 직접 전하는 식재료의 역사와 자연 속 야외 다이닝으로 가치를 극대화한다. 구미라면축제의 ‘반띵라면’ 시스템처럼 다양한 메뉴를 경험하게 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넷째, ESG와 지속가능성의 실천이다. 일회용품 남용을 막고 다회용기를 사용하며, 로컬 푸드 마일리지로 탄소 배출을 줄인다. 식품산업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음식축제가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한다면, 역으로 지속가능성을 선도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의무가 아니라 지역 농가와 소상공인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산업과의 연계성 강화다. 축제가 고립된 섬처럼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관광·농축산·지역 제조업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연중 지역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 라면축제 후 라면로드 활성화, 라면박물관 건립으로 연간 유입 인구를 유도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구미처럼 3일간의 축제가 360일의 일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축제로 브랜딩된 자산을 일상적으로 지역이 활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역 음식축제에서 만나는 단 한 그릇의 음식을 통해 방문객은 지역의 문화와 스토리를 알고, 지역민들의 정성과 마음을 느끼며, 지역의 식재료와 조리법의 전통에 환호한다. 음식축제는 지역을 알리고 팬덤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매체가 될 수 있다. 양에서 질로, 이벤트에서 유산으로, 맛을 넘어 기술로, 소비에서 공존과 육성으로 가는 미식문화플랫폼. 이제 먹거리장터를 넘어 그곳으로 나아갈 때다.
글. 윤 성진
▲ 윤 성진 ( 축제전문가 / 문화학박사 )
(사)한국문화기획학교 이사장 / 교장
한국축제감독회의 상임이사
2014~2020 서울시 한강몽땅 축제 총감독
2015~2020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총감독
2022~2023 세종축제 총감독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쉴랑게 총감독
2024~2025 구미라면축제 총감독
2026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 총감독
매 축제가 끝나고 지역에 무엇이 남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며 과정이 있는 축제를 통해 전문인력양성, 시민기획자 양성, 셰프 양성으로 지역에 인적 자산을 남겨왔음. 플랫폼형 축제 개발로 민간기업과 시민, 예술가들이 직접 주도하는 축제의 필요성을 전파해왔으며, 지역축제를 지역경제, 지역관광, 지역생태계를 살리는 프로젝트로 기획하기 위해 재원조성과 마켓개발, 유료화 전략 등 축제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시도해 오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