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연구가 이은희의 김치이야기

    • 2025년을 보내고 2026년 새해를 맞이하며, K-푸드의 자부심인 ‘김치’를 주제로 독자 여러분과 만나게 되어 기쁩니다. 새해에는 우리 김치의 깊은 맛과 건강한 요리법을 더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제가 가진 지식들을 재미있게 풀어내 보려 합니다.

      ▲ 1월의 김치, 건강과 아삭함을 담은 ‘나박김치’
      정월이 되면 유독 생각나는 김치가 있습니다. 바로 나박김치입니다. 예로부터 정월에는 나박김치를 꼭 담가 설 차례상은 물론 제사상에도 올렸습니다. 떡국상처럼 기름진 음식이 많은 명절 상차림에서 나박김치 한 숟가락은 입안을 한 번에 정리해 줍니다. 새해 첫 밥상에 묵은김치 대신 맑은 나박김치를 올리면, 시작부터 마음까지 개운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아삭한 식감에 채소와 과일의 영양까지 더해져 겨울철 건강을 챙기기에도 좋은 김치입니다.

      나박김치는 배추와 무를 납작하고 네모지게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인 뒤, 오이와 당근을 더해 만듭니다. 여기에 사과나 배를 모양 내어 썰어 넣으면 은은한 단맛과 향이 살아나 한층 ‘고급스러운’ 맛이 납니다. 지역에 따라 미나리를 넣기도 하고, 마늘·생강즙을 더한 다음 고춧가루를 물에 풀어 국물을 만들어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완성됩니다. 말 그대로 ‘맑고 시원한 물김치’입니다.

      이름의 유래도 흥미롭습니다. 무를 ‘나박나박’ 썰어 담그는 김치라서 나박김치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고, 무의 한자어인 나복(蘿蔔)이 변해 나박김치가 되었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다만 형태와 조리법을 보면, 무(蘿)를 얇게(薄) 썰어 만든 김치라는 뜻의 ‘나박(蘿薄)’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나박김치는 전통김치 가운데 하나지만, 예전에는 한겨울에 무·배추·사과·배 같은 재료를 지금처럼 쉽게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궁중이나 사대부가에서 즐겨 먹던 김치로도 알려져 있고, ‘궁중물김치’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김치는 아니지만, 인천·강화 지역에서 나는 순무를 넣어 톡 쏘는 맛을 살린 나박김치도 발달했습니다. 다만 “순무로 얇게 썰어 담근 물김치는 한때 먹을 수는 있어도 겨울 내내 저장 반찬이 되긴 어렵다”는 말이 있을 만큼, 나박김치는 저장 기간이 길지 않은 편입니다. 시간이 지나 발효가 진행되면 산미가 올라오면서 톡 쏘는 맛이 더 도드라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차례상과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담그는 물김치였던 만큼, 양반가에서 활용도가 높았다는 점도 짚어볼 만합니다. 설 무렵은 물론, 추석 무렵에도 ‘명절 김치’로 언급될 만큼 명절이 가까워지면 반찬가게에서 나박김치를 많이 담가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반찬 시장이 커지고 온라인 주문이 늘면서, 전통 방식에 더해 다양한 변형도 등장했습니다. 과일을 더해 자연스러운 단맛을 살리기도 하고, 콜라비나 보라무처럼 새로운 식재료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전복이나 갑오징어 같은 담백한 해산물을 넣어 바다의 풍미를 살린 나박김치도 인기가 높습니다. 이제 나박김치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취향을 반영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요리’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건강 측면에서도 장점이 분명합니다. 발효 전에는 비타민 C와 미네랄,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발효가 진행되면 유기산과 유산균이 늘어 장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맵지 않게 드실 수 있어 고춧가루를 빼고 담그는 ‘백나박김치’는 병원 영양사들이 환자식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나박김치는 오랜 시간 한국인의 식탁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왔습니다.

      ▲나박김치 만들기
      ▲ 재료
      배추잎 5장, 무 300g, 사과 1개, 배 1/2개, 쪽파 5뿌리, 청오이 1개, 당근 약간, 청고추 2개, 홍고추 1개, 설탕 1큰술
      △ 절임용 소금 : 꽃소금 1큰술
      △ 밀가루풀 : 밀가루 1큰술 + 물 200mL + 맑은액젓 1큰술
      △ 국물 양념 : 사과 1/2개, 양파 1/2개,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1/3큰술, 고춧가루 5큰술, 오미자청 100mL, 맑은액젓 100mL, 물 2000mL, 꽃소금 1큰술
      ▲ 만드는 법
      1. 무는 나박나박 썰고, 배추는 노란 부분 위주로 무 크기에 맞춰 썬다. 꽃소금으로 살짝 절인다.
      2. 사과는 나박나박 썰고, 배는 껍질을 벗겨 나박나박 썬다.
      (설탕물에 잠시 담가 갈변을 막는다.)
      3. 쪽파는 한입 크기로 썬다. 오이와 당근은 꽃 모양 틀로 찍어 준비한다. 청고추와 홍고추는 반 갈라 씨를 제거한 뒤 작은 마름모꼴로 썬다.
      4. 밀가루풀을 쑨다.
      5. 국물 양념 재료를 믹서에 갈아 국물을 만든다. 이때 고춧가루는 물에 풀어 최소 30분 불린 뒤 면보에 걸러 사용하면 국물이 더 깔끔하다.
      6. 준비한 재료를 모두 통에 담고 국물을 부은 뒤, 마지막으로 간을 맞춰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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